동 죽
글 / 박영제〈박사,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우리나라의 동해와 서해는 바다와 주변 환경의 차이가 너무 크다. 동해는 장엄한 모습으로 아침 해가 떠오르지만 섬들 사이로 떠오르지 않고 깊은 수심으로부터 떠 오른다. 서해는 그 해를 넘겨받아 실바람이 넘실대는 섬들의 잔물결너머 황홀한 낙조로 변해 서쪽으로 내 보낸다. 그래서 동해가 남성다움을 지니고 있다면 서해는 지극히 여성적이고 정서적이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아름다운 작은 섬들과 소나무 숲이 나즈막이 이어진 서해안의 갯벌 해변에는 봄이 멀었는데도 계절 없이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사람들은 그동안 교통이 불편해서 큰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푸른 파도가 잔물결을 이루는 서해 해변의 숨겨진 곳까지 다가설 수 없었는데, 이제는 아무 때고 몰려와 모래펄에 강한 발자국을 남기거나 그들만의 낭만과 즐거움으로 흥얼거린다. 이렇게 사람들이 기쁨을 누리고 있을 때 그동안 인적이 뜸한 곳의 모래펄에 숨어 지내는 조개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이 침입자들의 발길에 짓눌려 고통스러워하고 때로는 밟혀죽거나 붙잡히기도 한다.
조개들은 바닷물이 빠져나간 뒤 모래펄 위에 삐쭉 고개라도 내밀기라도 하면 낮선 이들에게 들켜 서해의 황홀한 낙조의 아름다움이 숨겨들 때쯤 어디론가 끌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거나 때로는 그들의 속 풀이 해장국 조개가 되기도 하고 한 두개의 껍질은 기념품으로 가져간다.
특히, 동죽은 그들에게 가장 빨리 들킬 수 있는 곳에 살고 있어 가장 먼저 잡혀죽을 수 있는데, 동죽은 침입자들의 손에 장난삼아 죽기보다는 차라리 어민들이나 조개를 잡아 생계를 꾸려가는 영세민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 그들에게 잡혀죽기를 원하는지 모른다. 서해해변의 조개들은 지금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그들만의 억겁의 낙원을 훼손하는 것을 몹시 싫어하고, 더 많은 수난을 당하는 것도 싫어한다.
예전에 동죽은 경기도의 시화호 주변에서도 많이 생산되었는데, 시화호 안에 새로 생긴 갈대와 염생식물 밭을 지나 호숫가 주변에 가면 담수호시절 갯벌에 묻혀 죽은 동죽, 백합, 가무락조개들의 죽은 껍데기가 파도에 떠밀려와 층을 이루며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시화호는 1996년에 담수호로서의 기능을 포기하고 해수를 끌어들였는데, 이제는 수질이 좋아져 동죽, 바지락 등이 다시 둥지를 틀고 있는 것이다. 죽은 조개껍데기들은 둥지를 튼 새 생명들에 의해 펄 위로 밀려나와 파랑에 휩쓸리면서 호숫가에 쌓인 것들인데, 이렇게 밖으로 떠밀려 쌓여 죽은 껍데기가 2km 정도로 길게 흰색의 띠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밀려드는 폐수더미에서 죽지 않고 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죽고 만 것들이다. 시화호에서 죽은 조개들의 수는 수천만이 넘게 헤아릴 수 없는 양으로 추정되는데, 그 중에서 껍질이 얇고 생존력이 약해 가장 먼저 죽을 수밖에 없었던 동죽이 70% 정도이고 나머지는 백합과 가무락조개들이다.
동죽은 개량조개과(Mactridae)에 속하는 각장 4.5cm, 각고 4.1cm, 각폭 2.9cm로 비교적 작은 크기의 조개이다. 학명은 Mactra(Mactra)veneriformis Reeve, 영어이름은 Surf clam, 일본이름은 シオフキ(shiofuki)라 하며, 방언으로는 불통, 똥죽이, 바지락개량조개, 염취, 조합, 새조개 또는 모시조개라고도 불린다.
동죽의 패각은 높은 삼각형으로 좌우로 부풀어 있으며, 전연, 후연, 복연 등도 모두 둥글게 부풀어 있다. 패각 표면에는 방사륵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패각의 색깔은 각정(껍질 위쪽의 가장 끝 부분)부근은 회백색이지만 복연(腹緣, 각정의 반대위치에서 껍질의 복부에 해당하여 완만하게 곡선을 이루는 부분)쪽으로 갈수록 갈색 또는 황갈색을 띄고 있다. 패각 안쪽 면은 흰색으로 후연 쪽은 자줏빛을 띄고 있다. 외투선 만입(인대가 있는 쪽에서 둥글게 곡선을 이루는 부분)은 둥글고 깊게 패어 있으며, 주치(양쪽패각을 이어주는 이빨부분)의 바로 뒤쪽에는 짙은 갈색의 탄대(彈帶, 각정 안쪽의 삼각형으로 된 가죽질로 양쪽 껍질을 지탱해줌)가 있다.
동죽의 서식처는 매우 넓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안과 남해안에 걸쳐 분포하고, 일본에서는 혼슈~큐슈연안, 그리고 중국과 대만연안에 분포하고 있다. 서식지는 조간대로부터 수심 20m 부근까지이나 주로 물이 들고나는 매우 가는 모래나 펄이 많은 조간대에서 산다.
동죽의 서식수온은 10~31℃(적수온 20~28℃)이나 2℃ 부근의 수온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며, 염분은 19~33‰ 내외로 적응범위가 매우 넓다. 새끼로부터 만 1년이 지나면 산란이 가능한 크기로 되는데, 이때의 크기는 각장 2.6cm 내외이며, 산란기는 5월부터 9월까지(주산란기는 6~8월)로 산란수온은 22℃ 내외이다. 성장은 수온이 10℃ 이상을 유지하는 11월 중순까지 이루어지고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의 겨울철에는 거의 정지한다.
우리나라에서 동죽의 연간 생산량은 1985년에 25,000톤으로 최고치를 보인 후 점차 감소하고 있는데, 1985년 이전까지는 전국 동죽생산량의 90% 이상이 인천과 전북연안에서 생산되었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 동죽의 최대 생산지는 1997년까지는 새만금을 포함한 전북연안(1997년 6,562톤)이었으나 2000년에는 전북연안의 생산량이 불과 90톤으로 거의 절멸위기에 놓여있고, 인천연안은 1997년에 1,705톤이던 것이 2000년에는 260톤으로 감소하여 갯벌의 매립과 환경훼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충남연안은 1997년 74톤 생산에서 2000년에는 1,194톤으로, 경기도는 1997년 58톤에서 2000년 896톤으로 증가하여 새로운 어장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특히, 최근의 시화호는 그동안의 수질개선 노력으로 외해수가 호수 안으로 유입되어 각종 패류의 서식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주변해역의 패류 서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진다.
서해 특산종인 동죽 양식은 치패의 패각이 대단히 얇아 종패를 씨뿌림 하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양식은 이루어지지 않고 자연 발생한 치패를 관리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인공종묘생산기술은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금후 서식환경 변화와 무절제한 남획에 의한 급속한 자원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량 인공종묘생산기술 개발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자연산 치패를 이용한 씨뿌림 양식의 경우 1ha당 종묘 소요량은 각장 1~2cm 크기에서 3.5~7톤이 필요하다. 바닥 씨뿌림 양식이 가능한 곳은 바닥이 모래펄(사니질)로 이루어진 곳으로 발로 밟아 2~5cm 정도 묻히는 곳이 좋고, 썰물 때 양식장의 바닥이 노출되는 시간은 2~5시간 정도 되는 곳이 알맞다.
동죽은 같은 어장에서 김과 함께 복합양식(먹이경쟁이 일어나지 않는 품종끼리 함께 양식하는 것으로 김은 물 속의 영양염을 흡수하여 성장하고, 동죽은 식물플랑크톤 등의 생물체를 먹기 때문에 서로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음)이 가능하기 때문에 같은 어장을 2배로 활용할 수 있다.
예전에 동죽은 가무락조개와 같이 춘궁기의 식량자원으로도 큰 역할을 하여 왔는데, 최근에는 식량보다는 특유의 얼큰하고 시원한 감칠맛 때문에 술국이나 해장국은 물론 동죽 살로 죽을 끓여 먹기도 한다. 또한 파래나 무와 함께 무침을 해서 먹기도 하며, 젓갈을 담가 먹기도 한다. 그러나 동죽은 몸 속에 모래를 많이 지니고 있기 때문에 물에 담가 모래를 충분히 토해내도록 해야 한다.
동죽의 영양은 육질 100g당 단백질이 11.8g(참굴 10.5g), 지방은 1.6g(참굴 2.4g), 무기질인 칼슘은 90mg(참굴 84mg)으로 참굴과 비슷하다. 그러나 철분은 22.7mg(참굴 3.8mg)으로 참굴에 비해 6배나 많으며, 성분이 분석된 국내 패류 중 비단고둥(25.4mg) 다음으로 월등히 높아 철분 섭취에는 최고의 식품이다.
동죽은 바지락과 같이 발을 걷고 들어가면 누구나 손쉽게 잡을 수 있는 가까운 개펄에 살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무분별하게 간척 또는 매립과 서식장의 오염이 지속될 경우 우리식탁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릴 수 있는 관리대상 종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에 있을 때 지켜야 한다.
특히, 국제공항이 들어선 인천의 영종도 개펄에는 생태관광 또는 체험학습을 위해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 제약 없이 동죽과 바지락 잡이에 나서고 있어 개펄 어장이 황폐화 지경에 이르고 있는데, 동죽을 잡아 생업으로 하는 나이 드신 분들이 생업(한사람이 하루에 3~5만원 소득)으로 잡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무분별한 개방은 지양되어야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수산생물을 누구든 먼저 잡는 사람이 주인이란 의식이 남아있어 합리적인 자원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종류별로 외국과 같이 생태관광 또는 체험학습장으로 어장을 개방하더라도 각 어장의 지속 가능한 자원량 한도 내에서 한사람이 하루에 잡을 수 있는 허용량을 정해주고, 어장이 회복될 때까지 휴식년제 같은 윤채 채취(같은 어장을 A․B․C구간으로 3등분하거나 또는 A․B․C․D구간으로 4등분한 후 매년 1등분씩 돌아가면서 채취하는 방법으로 이 경우 같은 곳을 3년 또는 4년마다 한번씩만 채취하게 되어 새끼들이 어미로 자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여 줌)제도를 도입하여 지속적으로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어장관리에 세심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동죽은 개량조개과(Mactridae)에 속하는 각장 4.5cm, 각고 4.1cm, 각폭 2.9cm로 비교적 작은 크기의 조개이다. 학명은 Mactra(Mactra)veneriformis Reeve, 영어이름은 Surf clam, 일본이름은 シオフキ(shiofuki)라 하며, 방언으로는 불통, 똥죽이, 바지락개량조개, 염취, 조합, 새조개 또는 모시조개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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