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조개
글/박영제〈박사,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국어사전에서 ‘개’ 라는 낱말을 보면 참 것이나 좋은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명사 앞에 붙여 쓰는 함부로 된 것이라는 뜻으로 표현된다.
바다 생물들의 이름은 본래 생긴 모습의 특징과 유전적 근연에 의해 여러가지 이름이 붙여지는데, 조개류 중에서도 산업적으로 중요하면서 ‘개’자가 앞에 들어가는 조개는 “개조개”가 유일하다. 왜 하필이면 그 많고 좋은 이름을 두고 개조개라 부르는 것일까.
그 해답은 개조개의 껍질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개조개는 백합과에 속하는 조개(학명 : Saxidomus purpuratus Sowerby)로 영어이름은 Butter clam 또는 Purple Washington clam 이라 하고, 일본이름은 ウチムラサキ(Uchimurasaki)라 부른다.
개조개는 우리나라 전 연안과 일본의 북해도 남부로부터 구주, 황해와 발해 연안의 수심 5~40m에 주로 서식한다. 남․서해안에서는 조간대 아래부터 수심 30m 내외의 모래가 섞인 진흙질 펄에 살며, 서식 수온은 3~26℃ 내외, 서식염분은 30~33‰ 내외이다.
개조개는 껍질 길이가 큰 것은 12cm, 높이가 9cm, 전체무게는 300~400g 되는 대형조개다. 껍질 무게는 큰 것은 220g 이상 되는 것이 있고, 전체무게에서 껍질이 차지하는 비율은 65% 내외, 속살무게는 35% 내외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조개류 중 껍질이 가장 무겁고 단단하면서도 두꺼운 조개에 속한다. 껍질 표면은 불규칙하고 조밀한 성장맥(나이테)이 매우 거칠게 울퉁불퉁한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광택이 전혀 없어 돌덩어리 같이 험상 굳고, 지저분한 모습으로 보아 ’개‘자가 붙을 만도 하다.
그러나 나이든 껍질의 안쪽은 어떤 것은 선명한 보라색을 띈 코발트색에 가깝고, 젊은것은 흰색과 보라색이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어 때로는 내자패(內紫貝)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양쪽 폐각근흔(패주)의 자리는 얼룩말 무늬의 아름답고 선명한 줄이 배열되어 있는데, 껍질의 안쪽이 이렇게 아름다운 조개도 매우 드물다. 그래서 개조개의 속껍질과 살을 보면 이름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아름답고도 먹음직스러워 개조개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한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껍질은 타원형으로 각정의 뒤쪽은 두꺼운 인대가 길게 발달되어 있고, 2개의 폐각근(패주)은 비교적 크다. 교판은 넓지 않고 교치는 4개가 있으며, 안쪽의 외투선이 뚜렷하고 매우 깊게 들어가 있다. 특히, 생식소는 암컷과 숫컷 모두 우유 빛을 띈 흰색으로 소화맹낭(중장선)을 감싸고 있으며, 이 때문에 코끼리조개와 같이 살아있을 때는 암․수구별이 쉽지 않다.
개조개의 자원번식을 위한 인공종묘생산은 그동안 세계 여러 곳에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국립수산진흥원 서해수산연구소 산하 태안수산종묘시험장에서 처음으로 시험생산에 성공하여 올해부터는 대량생산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이렇게 생산된 치패로 서해수산연구소에서는 서해안에 적합한 새로운 양식기술개발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개조개의 산란기는 4~6월경으로 생식소는 거의 연중 성숙한다. 인공종묘생산을 위한 채란은 연중 2회 이상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산란유발은 생식소를 해부하여 산란과 수정을 인위적으로 행하는 절개방법과 수온충격 및 암모니아수를 이용한 산란유발 방법이 좋은 효과를 보인다.
부화유생은 주로 수조의 바닥 근처에서 성장하는데, 유생의 먹이는 식물플랑크톤(Isocrysis galbana, Pavlova lutheri, Nannocrysis oculata)을 공급해준다. 유생은 부화 후 50시간에 각장 100~120㎛의 D형 유생으로 되고, 15일경까지는 200㎛ 크기로 자란다. 이후 300㎛내외 크기부터는 바닥에 떨어져 생활하는데, 수온 20~24℃에서 각장 2~4mm 크기로 성장하는데는 약 60일이 걸린다. 이렇게 해서 부화로부터 3개월 정도 사육시키면 각장 5mm 내외크기로 되고, 5개월이 경과하면 10mm 내외 크기로 되어 씨뿌림 방류가 가능해진다.
개조개의 속살은 소화맹낭을 제외하고는 버릴 것 하나 없이 알차고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모래가 없어 먹기에도 좋다. 엷은 분홍빛을 띄는 폐각근(패주)과 수관부(싸이폰)는 가리비보다는 작지만 보통 조개에 비해서는 크고 부드럽다. 특히, 조갯살을 날 것으로 먹을 때 사각사각 소리를 내면서 씹히는 특유의 감칠맛이 일품이고, 숯불에 구울 때는 두꺼운 껍질이 서서히 불에 달아오르면서 살짝 익혀내는 속살의 부드러움과 향기는 어떤 조개에도 비할 바 없이 맛을 더해준다. 또한 조개탕이나 찌개, 국 등 어떤 요리를 하든 그 맛이 뛰어나 고급요리의 재료로 쓰인다.
개조개는 영양도 풍부한데 우리가 즐겨먹는 참굴에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육질부의 100g당 열량은 82㎉(참굴 84㎉)로 참굴에 비해서는 다소 낮지만 단백질이 15.1g(참굴 10.5g), 지방 1.2g(참굴 2.4g), 칼슘 131㎎(참굴 84㎎), 철분 11.0㎎(참굴 3.8㎎)으로 지방이 크게 적은 반면, 단백질과 칼슘이 매우 풍부하며, 철분은 참굴의 거의 3배에 이를 만큼 많다.
개조개의 상품가격은 1kg당 5,000~7,000원으로 경제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개조개는 잠수기 어업의 주 대상물로 현재 남해안에서는 어업인의 자율합의를 기초로 한 자율관리어업의 시범 대상어종으로 지정될 정도로 자원이 감소되고 있어 인공종묘의 대량생산 기술개발에 의한 종묘방류가 시급한 종이다.
자율관리 어업에 의한 총허용어획량(Total Allowable Catch, TAC) 제도는 자원유지를 위하여 어종 또는 어종군(group)마다 매년 잡을 수 있는 량을 정하여 어획량이 그 수준에 도달하면 전면적으로 어업을 정지시키는 것으로 자원관리에 매우 합리적인 방안이다.
남해수산연구소에서는 개조개에 대한 자원관리를 위하여 잠수기 수협과 공동으로 ‘98~2000년까지 남해안에 대한 개조개의 자원상태와 어획상황 등을 조사하여 적정 어획강도와 최대지속적생산량(Maximum Sustainable Yield, MSY) 등을 분석 중에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개조개의 총허용어획량(Total Allowable Catch, TAC)을 부산↔충무연안에 6,000톤, 여수연안에 3,500톤 등 총 9,500톤으로 평가하여 2001년 1월1일부터 총허용어획량(TAC)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키조개(4,500톤)와 소라(2,000톤)에도 TAC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어업인의 소득증대를 위해서는 TAC를 정책적인 결정보다는 실제 자원량에 기초를 두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자원유지를 위해서는 앞으로 TAC 품종을 더욱 확대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
해양수산부는 TAC 산정 절차에 어업인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위원회 제도를 두어 자원의 증․감에 따라 탄력적이고 신축적으로 TAC 조정제도를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TAC 제도의 기반조성을 위해 옵서버 요원을 확대운영하고 TAC 대상 어종에 대한 불법어업행위의 특별 단속은 물론 각종 정부지원 사업의 우선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는 어업인 스스로 자원을 유지 관리하지 않으면 자원고갈로 인해 지속적인 소득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품종별로 TAC를 정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개조개의 맛은 어느 계절에 먹어도 맛이 좋은데, 여기서 잘 알려진 개조개의 양념장구이 요리(한국요리.com)를 소개 드린다.
〈재료〉 : 개조개 3개, 소금 약간, 두부 1/6모, 풋고추 1개, 붉은고추 1개
〈양념장〉 : 다진파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생강즙 2작은술, 조미용 술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고추장 1작은술, 깨소금 약간, 참기름 약간, 후추 약간
〈요리하기〉1.개조개는 소금물에 담가 내장 속의 이 물질을 토해내게 한 뒤 칼끝으로 껍질을 벌려 살을 꺼낸 후 살 속의 검은 부분(소화맹낭)을 제거하고 굵게 다진다. 껍질은 솔로 깨끗이 씻어놓는다. 2. 두부는 적당히 부수어 깨끗한 면 행주에 싼 채, 으깨어 물기를 꼭 짠다. 3. 고추는 꼭지를 떼고 길게 반 갈라 씨를 털어내고 가지런히 다진다. 4. 분량의 재료를 섞어 만든 양념장을 만들어서 굵게 다진 조갯살과 두부 으깬 것, 고추 다진 것을 모두 넣고 버무린다. 5. 깨끗이 손질한 조개껍질에 양념한 조갯살을 적당히 담아 석쇠 위에 올려 살짝 구운 후 접시에 담아 상에 낸다.
국어사전에서 ‘개’ 라는 낱말을 보면 참 것이나 좋은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명사 앞에 붙여 쓰는 함부로 된 것이라는 뜻으로 표현된다.
바다 생물들의 이름은 본래 생긴 모습의 특징과 유전적 근연에 의해 여러가지 이름이 붙여지는데, 조개류 중에서도 산업적으로 중요하면서 ‘개’자가 앞에 들어가는 조개는 “개조개”가 유일하다. 왜 하필이면 그 많고 좋은 이름을 두고 개조개라 부르는 것일까.
그 해답은 개조개의 껍질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개조개는 백합과에 속하는 조개(학명 : Saxidomus purpuratus Sowerby)로 영어이름은 Butter clam 또는 Purple Washington clam 이라 하고, 일본이름은 ウチムラサキ(Uchimurasaki)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