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펄의 굴착기 둥글레조개
글․/박영제〈박사,․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우리바다 개펄에는 세계에서도 유수하게 많은 조개류가 살고 있다. 어떤 것들은 모래나 펄 속 또는 표면에서 생활하거나 돌이나 그물, 나무, 플라스틱, 금속은 물론 선박의 밑창에 붙어사는 것 등 살아가는 모습이 매우 다양하다.
그 중에서 석공조개과(Family Pholadidae)에 속하는 조개들은 좀 원시적인 형태로 이름같이 굳은 펄이나 석회암, 이암(泥巖 mudstone, 펄 등 점토가 굳어서 생긴 암석)은 물론 나무속에 구멍을 뚫고 살기도 하는데 그 중에서 둥글레조개는 굳은 펄 속을 뚫고 들어가 생활한다.
둥글레조개《학명;Barnea davidi》는 2004년 이전까지는 펄돌맛조개《학명; Barnea(Anchomasa)manilensis》라는 이름으로 잘못 불러져왔으나, “한국동물명집”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도 바뀐 이름과 학명의 사용빈도가 낮고 인터넷 등 각종 지식몰에도 펄돌맛조개로 등재되어 있다.
둥글레조개는 주로 우리나라의 서해안에 많이 서식하는 특산패류로 전북 고창군 동호리, 계화도(새만금), 인천 영종도, 충남 태안군 안면도 등에 분포한다. 이들은 조간대 하부에서 수심 10m 내외의 고운 모래가 섞인 굳은 펄에서 약 30cm 정도 깊이까지 뚫고 들어가 잠입생활을 하는 서식 특성 때문에 물때가 맞지 않으면 잡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쉽게 발견되지도 않아 그동안 숨겨진 조개로 여겨져 왔다.
서식지역의 환경은 수온은 3~26℃, 염분은 27~32‰ 정도로 0.12mm 보다 가는 크기의 모래가 40% 이하 되는 신선한 펄 속에 산다. 산란기는 5월부터 7월 사이로 추정되며, 암컷의 생식소는 일반적으로 유백색, 수컷은 연한 갈색을 띤다.
둥글레조개는 같은 석공조개과에 속하는 우줄기와 사는 곳은 물론 생김새도 비슷하지만 껍데기의 크기(각장)는 10cm, 높이가 4cm 정도로 우줄기보다는 크기가 작고 북쪽으로 갈수록 서식환경에 따라 그 크기는 더욱 작아진다.
수관부(조개껍데기 밖으로 길게 나오는 부분으로 물과 플랑크톤 등의 먹이가 들어가고 나오는 구멍이 뚫려 있다)는 최대길이가 20cm 내외에 이르며 비대한 육질과 내장에 의해 양쪽 껍데기가 잘 닫히지 않고 부풀어져 있다. 껍질의 바깥쪽으로 나와 있는 매우 특이하게 생긴 수관부의 외피는 유백색의 가죽질로 신축성이 탁월하여 때로는 껍질 길이보다 3배 이상으로 신축이 가능하다.
모래 또는 펄 속에 살면서 수관부가 돌출되어 나오거나 육질이 풍만한 대부분의 조개(둥글레조개, 코끼리조개, 우줄기 등)들은 펄 밖으로 수관부를 자유롭게 수축하거나 팽창하기 쉽게 하기 위해 매우 얇은 껍데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이들 조개껍데기는 조그마한 힘을 가해도 쉽게 부서져 버린다.
둥글레조개의 속살을 꺼내고 껍데기를 양쪽으로 펼쳐놓으면 마치 천사의 날개를 닮은 것 같이 보인다. 외국에서는 이와 비슷하게 생긴 종류를 “천사날개조개”로 부르기도 하는데 펄 속에서 캐낼 때에는 껍데기가 갈색을 보이지만 오래 지나면 하양색으로 변한다.
껍데기의 각질은 얇고 부풀은 편이며 각정 부근에는 버드나무 잎 모양의 피혁질 판이 있다. 각정의 앞쪽방향으로는 저질 속을 굴착하기 쉽게 삼각형 모양으로 뾰쪽한 모습을 보인다. 껍데기의 배 쪽의 열려 있는 사이로는 넓은 발이 나와 펄에 부착하거나 몸을 고정시키고 껍데기의 뒤쪽은 서서히 좁아져서 둥글다. 껍데기의 표면에는 성장맥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는데 뒤쪽으로 가면서 점차 약해진다.
방사륵은 앞 뒤쪽에 강하게 있으며 앞쪽에 있는 방사륵은 거친 성장맥과 교차하여 바늘모양의 가시를 이룬다. 껍데기의 안쪽은 흰색으로 광택이 있으며 각정 밑에 작은 교치가 1개 있고 막대기 모양의 긴 돌기가 솟아 있다.
둥글레조개는 어떻게 단단한 펄 속을 뚫고 들어가 생활할 수 있는 것일까. 둥글레조개는 성장맥과 방사륵이 강하게 교차하면서 껍데기의 아래쪽에 바늘모양의 날카로운 가시와 돌기가 발달해 있는데 바닥을 파고 들어갈 때에는 도끼같이 생긴 넓은 발을 꺼내 움찔움찔하면서 엉덩이를 문지르고 이때 발을 부지런히 움직이면(그레이딩, grading) 껍데기의 돌기도 미세하게 진동하면서 서서히 단단히 굳은 펄이나 점토가 굳어 이루어진 이암층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발은 구멍을 깎는 지지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날카로운 돌기는 펄 속 벽에 몸을 고정시킬 수 있어 밖으로 쉽게 몸이 빠져나오지 않게 한다.
석공조개과의 어떤 종류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구멍을 뚫으면서 생긴 파편들을 몸의 안쪽에 넣고 수관부(싸이폰)를 통해 밖으로 배출시키는데 어릴 때에 껍데기가 형성되면서 단단한 곳의 조그마한 틈으로 들어간 것들은 죽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운이 좋아 좀 더 부드러운 틈으로 들어간 것들은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구멍을 넓혀나가면서 특별한 환경변화가 없으면 평생을 한 곳에서 정착하면서 살아간다.
둥글레조개가 서식하고 있는 펄 위에는 직경 1~2cm의 작은 호흡구멍들이 벌집처럼 집단으로 수없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비교적 단단한 펄에 살기 때문에 손으로는 잡기 힘들고 삽을 이용하여 캐내기도 한다.
둥글레조개는 생산량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수관부(siphon)를 가진 우줄기〔Barnea dilatata〕나 동해안의 코끼리조개(panopea japonica), 남해안의 왕우럭조개(Tresus keenae)와 같이 쭉 뻗은 수관부의 생김새가 남성(男性)을 닮아 정력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남자들의 관심이 흥미롭다.
둥글레조개의 수관부와 육질은 약 80℃정도로 1~2분간 살짝 데치면 부드러운 가죽과 같은 살 껍질이 그대로 벗겨져 육질이 쉽게 분리된다. 이렇게 해서 날것으로 먹으면 향기와 맛이 좋고 부드러우며 구어 먹을 수도 있다. 내장은 시원한 국물을 내어 끓여 먹을 수 있어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이제 새만금에 대한 이야기를 그만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새만금 계화도의 토종인 둥글레조개도 멸종 위험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힘들 것이다. 동해안의 코끼리조개도 1980년대 후반까지는 자원량이 한때 30,000여톤에 이르렀으나 환경 변화와 서식지의 무차별 훼손과 남획으로 이제는 멸종의 위험에서 소수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서해안에서 둥글레조개가 출수공을 통해 물줄기를 힘차게 품어대는 모습을 영원히 볼 수 있기를 희망하며, 알려지지 않은 귀중한 소수 생물에 대한 자원회복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우리바다 개펄에는 세계에서도 유수하게 많은 조개류가 살고 있다. 어떤 것들은 모래나 펄 속 또는 표면에서 생활하거나 돌이나 그물, 나무, 플라스틱, 금속은 물론 선박의 밑창에 붙어사는 것 등 살아가는 모습이 매우 다양하다.
그 중에서 석공조개과(Family Pholadidae)에 속하는 조개들은 좀 원시적인 형태로 이름같이 굳은 펄이나 석회암, 이암(泥巖 mudstone, 펄 등 점토가 굳어서 생긴 암석)은 물론 나무속에 구멍을 뚫고 살기도 하는데 그 중에서 둥글레조개는 굳은 펄 속을 뚫고 들어가 생활한다.
둥글레조개《학명;Barnea davidi》는 2004년 이전까지는 펄돌맛조개《학명; Barnea(Anchomasa)manilensis》라는 이름으로 잘못 불러져왔으나, “한국동물명집”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도 바뀐 이름과 학명의 사용빈도가 낮고 인터넷 등 각종 지식몰에도 펄돌맛조개로 등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