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이야기/알고먹으면 더 좋은 수산물

갯비틀이고둥

제주해마외 함께 2007. 4. 13. 00:50
 

갯비틀이고둥


                          글/박영제〈박사,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경제성이 있는 많은 종류의 패류들은 양식을 하거나 인위적으로 서식장을 관리하여 생산을 늘리는 적극적 방법으로 소득을 올린다.

  그러나 개펄에 사는 생물들 중에는 우리가 관심을 가져주지도 않고, 조개로 인정해주지도 않은 하찮게 여기는 아주 작은 조개들도 많이 있다. 그들은 인간이 돌보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종족을 번식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 인간의 관심밖에 나기를 원할지도 모른다.

  그 대표적인 종인 '갯비틀이고둥'은 1960년대의 어렸을 적에 물이 빠진 개펄에 나가면 개펄인지 고둥인지 색깔이 비슷하여 좀 떨어진 곳에서는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겹겹이 싸여 살고 있었는데, 어떤 곳에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어 하늘의 별처럼 많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을 잡는데는 별다른 도구가 필요 없었고, 큰 것 작은 것 고를 필요도 없이 그저 개펄 위를 손으로 긁어 모아 양은그릇 통에 주어 담기만 하면 되었었는데, 그 양이 어찌나 많았던지 20여분 정도면 두서너 바가지(약 2kg)는 금방 채울 수 있었다.

  갯비틀이고둥(학명 : Cerithideopsilla djadjariensis K. Martin)은 갯고둥과에 속하는 복족류로 일본에서는 カワアイ(kawaai)라 부른다.

   갯비틀이고둥은 조간대 아래쪽의 펄 위나 조간대 상부의 담수의 영향을 받는 펄에 서식하기 때문에 개펄 위에서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는 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영산강, 낙동강 하구, 장흥, 보성, 목포, 해남, 부안, 선유도, 안면도, 영종도뿐만 아니라 개펄이 잘 발달된 곳이면 남서해안 어딜 가도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친근한 종이다.

  갯비틀이고둥은 썰물 때 2~7시간 정도 노출되는 곳의 모래가 섞인 개펄(펄의 함량이 60% 내외) 위에 주로 서식하는데, 이들이 서식하는 곳에서 썰물에 의해 바닥이 노출될 때의 기온은 0~36℃ 내외, 수온은 2~28℃ 내외, 염분은 20~32‰정도로 온도와 염분의 변화 폭이 매우 큰 곳에서 살고 있어 생존력이 매우 강한 종이다.

  갯비틀이고둥은 질서정연하게 생긴 원추형으로 껍질 높이가 36mm, 껍질 폭이 14mm 정도 되는 아주 작은 종이다. 껍질은 단단하며, 뾰쪽하게 생긴 원추형의 맨 끝 부분이 각정(殼頂)으로 입으로 깨물면 쉽게 끊어진다.

 껍질 속의 둥근 뚜껑(operculum)은 연체부의 몸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얇은 가죽질로 이루어져 있고, 껍질의 색은 갈색을 띄는 것이 많은데, 안쪽은 바깥쪽의 갈색줄이 활층을 이루며, 진주빛 광택으로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갯비틀이고둥은 조그마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강한 육질로 심하게 이동하지만 집단생활을 좋아해 한곳에 집중적으로 몰려 사는 군집성을 보인다. 특히 먹이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뒤엉키는 일이 많으며, 댕가리와 다른 종류의 비틀이고둥들과 섞여 살기도 한다.

  식성은 아무 것이나 잘먹는 육식성 또는 잡식성으로 죽은 조개류나 어류 또는 작은 동물들을 먹기도 하고, 펄 위에 자라는 미세한 규조류나 펄 속의 유기물 파편들을 이동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섭취하는데, 갯비틀이고둥의 특유한 향기와 감미로운 맛은 갯벌 위에 피어난 규조류와 펄 속의 유기물들을 섭취해 형성되는 것 같다.

  특히, 냄새를 맡는 기관과 촉수가 잘 발달되어 있어 먹이 감을 아주 민첩하게 찾아낼 뿐만 아니라 바닷물이 빠진 다음 펄 속의 수분과 접촉할 경우에는 햇볕에 강하게 노출되더라도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다.

  나선형으로 된 12층의 나탑은 가늘고 길게 생겼으며, 소라와 같이 부풀지 않고 매우 날씬하게 생겼다.

  껍질의 표면은 물결모양의 종장맥이 있어 거칠게 보이고 흑갈색을 띄며, 껍질의 입구는 부채꼴 모양으로 생겼다. 항문구(껍질 입구 안쪽 끝부분)와 수관구(껍질의 입구 끝에서 움푹 들어가 있는 부분)는 얕고 넓게 벌어져 있다. 본 종은 비틀이고둥(C. cingulata)과 매우 비슷하나 나탑이 가늘고 길며, 껍질의 입구가 밖으로 확장되지 않는 점이 다르다. 

  갯비틀이고둥의 이동은 껍질뚜껑을 뒤집고 몸 안에서 육질을 꺼내 납작하게 펼쳐 펄 위에 찰싹 달라 붙인 다음 촉수를 이리 저리 흔들어 물체를 포착하면서 굼벵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육질을 구부렸다 폈다 하면서 몸체를 앞으로 끌어당겨 슬슬 이동한다.

  이동 중에 몸이 뒤집어져버리거나 조그마한 충격이 있을 때는 이동을 중지하고 육질을 즉시 몸 안으로 넣어버린다. 이때 펄 위에는 지나간 흔적을 남기게 되는데, 때로는 불도저같이 모래펄 속을 파고 들어가기도 하고, 움직이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는 육질을 껍질 속으로 숨기거나 펄 속에 몸을 숨기기도 한다. 

  갯비틀이고둥이 식용으로 먹을 수 있는 3cm 정도 크기까지 자라는데는 2년 정도가 걸리는데, 하찮게 여기는 종이라 그런지 영양에 관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그렇지만 조그마한 체구에서 어떻게 그렇게 향기롭고 감미로운 맛이 솟아나는지 먹어보지 않으면 그 맛을 이해할 수도 없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히, 삶은 갯비틀이고둥은 한번 먹기 시작하면 새우깡을 먹는 것처럼 먹는 것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맛이 독특하다.

  그래서 길거리에서도 누가 보든 말든 원추형으로 뾰쪽하게 생긴 끝 부분(각정 부분)을 이빨 또는 가위나 망치, 뺀치 등으로 3mm 정도 끊고 입으로 힘차게 빨아 내부의 공간을 없앤 다음, 반대로 껍질 뚜껑이 있는 입구 쪽에 입을 대고 힘차게 빨면 안쪽의 육질부가 내장과 함께 입안으로 따라 들어온다.

  이때 맛있다하여 멋모르고 많이 먹을 때에는 빨아들이는 압력으로 입안의 감각이 둔해지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맛이 있기 때문에 먹는 것을 멈출 수는 없다.

  갯비틀이고둥은 일반 시장의 좌판이나 지방의 5일 시장, 서울의 인사동 골목, 단오, 벚꽃 축제 등 어떤 행사의 소품으로도 잘 어울리는데, 약방의 감초같이 빠지지 않는 전통적 기호식품으로 작은 고추같이 당당하게 정착한지 오래되었다.

  갯비틀이고둥은 개펄 어촌에서는 푼돈을 만질 수 있게 하는 짭짤한 소득원으로 예전에는 고둥을 팔아 자녀의 학비나 용돈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는데, 이제는 수요가 증가하여 중국 등지에서 수입해오는 경우도 있다. 가격은 사진에서와 같이 종이컵으로 하나에 2,000원 정도 하는데, 부피와 무게로 따져볼 때는 가리비나 백합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우습게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만 할까. 그 많던 갯비틀이고둥도 전국 연안의 개펄에서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데 왜 사라지고 있는지,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 것일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의 관심에서 벗어난 이름 모를 패류들이 얼마나 우리 곁을 떠나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아프다. 그들이 떠나버리면 갯벌의 존재 의미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갯비틀이고둥은 저질이 비교적 단단한 곳 (발이 빠지는 깊이가 약 10cm 내외)의 경도가 높은 곳에 서식하기 때문에 오래 전에 형성된 잘 발달된 평탄한 개펄이 아니면 번식할 수 없다.

  지금 개펄이 마구 사라지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 앞에 새로 쌓이고 있다는 죽펄(실제로는 개펄이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고 다른 곳에 있는 개펄을 빼앗아와 쌓이는 펄로 조개의 서식이 어려움) 같은 곳에서는 갯비틀이고둥 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조개들도 서식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을 일부 학자들마저도 개펄이 사라지는 것을 모른 체 하는 기가 막힌 세태에 살고 있다. 우리 모두 자연에서 양심을 찾고 자연에 대한 주인행세는 이제 그만 하자.

 

갯비틀이고둥(학명 : Cerithideopsilla djadjariensis K. Martin)은 갯고둥과에 속하는 복족류로 일본에서는 カワアイ(kawaai)라 부른다.
갯비틀이고둥은 조간대 아래쪽의 펄 위나 조간대 상부의 담수의 영향을 받는 펄에 서식하기 때문에 개펄 위에서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는 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영산강, 낙동강 하구, 장흥, 보성, 목포, 해남, 부안, 선유도, 안면도, 영종도뿐만 아니라 개펄이 잘 발달된 곳이면 남서해안 어딜 가도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친근한 종이다.
갯비틀이고둥은 썰물 때 2~7시간 정도 노출되는 곳의 모래가 섞인 개펄(펄의 함량이 60% 내외) 위에 주로 서식하는데, 이들이 서식하는 곳에서 썰물에 의해 바닥이 노출될 때의 기온은 0~36℃ 내외, 수온은 2~28℃ 내외, 염분은 20~32‰정도로 온도와 염분의 변화 폭이 매우 큰 곳에서 살고 있어 생존력이 매우 강한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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