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리맛
글/박영제〈박사,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최근 전복 양식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전복이 얼마나 비싼 가격이었기에 어느 경제신문에서는 “전복 서민밥상에도 오를까” 라는 제목을 붙인 기사가 있었는데 그동안 서민들은 전복을 먼발치에서 그저 구경만 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을까. 지난해 국내 전복생산 추정량은 1,138톤으로 2002년의 134톤보다 8.5배가 증가되었지만 자연산 전복은 매년 60~70톤 수준에서 생산이 정체되고 있다.
전복이 비싼 이유는 생태적으로 번식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자연 상태에서는 염분이 높고 먹이 해조류가 풍부한 청정한 외해수역에서만 한정적으로 서식하여 생산량이 극히 적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최근 바다환경이 악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일부 연안은 해조류가 서식하기 어려운 사막화 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아무 쓸모없는 석회조류 등이 바위를 하얗게 덮을 정도로 대량 번식하는 백화현상이 유발되고 있어 미역, 다시마 등의 유용해조류가 바위에 뿌리를 내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번식과 성장을 방해하여 황폐화를 더욱 가속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전복과 성게, 해삼 등 해조류를 먹이로 하는 초식동물의 서식처가 상실되고 있는데 이대로 방치한다면 자연산 초식동물의 생산량은 기대하기 어렵게되고 그들은 결국 우리 바다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히도 미역, 다시마 등의 해조류가 대량 양식 생산되고 이를 먹이로 하는 전복 등의 인공양식기술이 급속히 진보하여 육상수조양식은 물론 해상가두리 양식을 통해 자연산보다 성장량을 크게 증가시키고 있으며, 양식기간을 2배 이상 단축시켜 대량생산도 가능하게 되었다.
양식산 전복이 대량 생산되면서 산지 생산자 가격은 1kg당 4만5천원, 소비자 가격은 6만1천원(자연산은 1kg당 10만원 이상)까지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면 대량생산에 의해 생산비를 낮출 수 있으며, 유통과 소비가 활성화되면 생산자 가격은 1kg당 4만원까지도 양식의 경쟁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중국, 일본 등으로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특히, 양식산 전복은 다시마와 미역 등 고급해조류가 먹이로 공급되고 있어 자연산보다 육질이 부드러우며 맛과 영양도 우수한데, 지난 설을 전후해서는 양식전복의 공급물량이 오히려 부족한 결과가 초래되었다.
따라서 양식산 전복이 과잉 생산되더라도 행정적으로 양식을 억제할 필요 없이 시장 기능에 맡기면 되며, 오히려 대량생산을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새로운 수요창출을 위한 음식개발 및 소비촉진을 위한 축제 등의 홍보가 필요한데 이렇게 되면 국민 기호수산물인 전복도 서민 밥상에 걱정 없이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전복은 해조류를 먹고살지만 많은 패류들은 먹이의 종류와 식성이 크게 다르다. 예를 들어 육식성인 큰구슬우렁이는 살아있는 조개 껍질에 구멍을 내어 속살을 파먹기도 하지만 ‘돼지가리맛’은 모래펄에 묻혀 육질로 된 긴 수관을 개펄 위쪽으로 내어 지나가는 플랑크톤이나 유기물을 걸러먹는다.
발가리맛조개 과(Family Solecurtidae)에 속하는 ‘돼지가리맛’《학명 : Solecurtus divaricatus (Lischke)》은 앞쪽으로 심하게 삐져 나온 육질의 생김새가 원숭이 궁둥이를 닮았는데 살이 몹시 통통하여 ‘돼지’이름을 붙인 것 같다. 또한 입수공과 출수공의 2개의 수관부가 ‘발’같이 따로따로 갈라져 있어 ‘발가리맛조개 과’로 분리한 것 같다.
이 조개는 충남 서천에서는 ‘홍맛’이라 부르고 다른 지방에서는 갈맛조개, 갈맛, 참맛 등으로 부른다. 영어로는 Divaricata solecurtus라 하고 일본에서는 キヌタアゲマキ(ginutaagemaki)라 부른다.
돼지가리맛은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미조, 거제도), 제주도에 서식하지만 주 서식처는 서해안의 충남 비인만과 태안, 새만금 연안이다. 국외에서는 일본과 대만에 서식한다.
서식장은 모래펄(Ø 0.062~0.12mm)지역으로 바닥이 평탄하면서 비교적 단단한 곳에 산다. 서식수심은 조간대의 중간수역 아래부터 수심 15m 이내로 주 서식 층은 썰물때 물이 잠깐 드러나는 3시간 노출선부터 수심 10m 내외이다. 주 어획 시기는 바닷물이 많이 빠지는 겨울에서 봄 사이로 사리 때 6~9물 경에 생산된다. 충남 비인 연안에서는 키조개와 피조개, 피뿔고둥, 갈색띠매물고둥과 함께 서식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맛’은 12종류 이상으로 많지만 생김새들이 비슷하여 어느 종류의 ‘맛’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모두 ‘맛’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이 돼지가리맛인데 ‘가리맛조개’와 몸통은 비슷하지만 앞쪽에 대형의 육질이 체외로 노출되어 있으며, 2개의 수관부(입수공과 출수공, siphon)는 완전히 떨어져 있고 길이가 서로 달라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돼지가리맛은 껍질길이가 8cm, 높이 3.5cm, 껍질의 폭이 2.5cm 정도에 이른다. 껍질 길이(각장)가 7cm정도 되는 것은 육질부를 포함한 전체길이가 21cm에 이르러 육질부의 길이가 껍질보다 2배나 더 길다. 그 중에서 앞쪽의 통통하면서 연한 황색의 육질은 길이가 5cm, 뒤쪽 2개의 수관부 중 짧게 생긴 입수공은 4.5cm, 길게 생긴 출수공은 6cm에 이르고 껍질 밖으로 튀어나온 수관부와 연결된 육질은 3cm 정도에 이른다.
돼지가리맛의 형태는 앞뒤로 길어진 직사각형으로 각정은 중앙보다 약간 앞쪽에 치우쳐 있다. 각정에는 많은 가느다란 홈이 나있고 성장맥이 있다. 껍질의 앞쪽과 뒤쪽 끝은 코끼리조개와 같이 두꺼운 육질이 살찐 돼지처럼 금방이라도 터질 듯 하여 양쪽 껍질이 완전히 닫혀지지 못하고 열려있으며, 뒤쪽은 불규칙한 나뭇가지 모양의 방사륵이 있고 출수공은 갯지렁이 피부와 같이 두꺼운 옆줄이 나 있다.
껍질의 외부는 비교적 얇고 황갈색 또는 황백색의 각피로 덮여있으며 내부는 백색바탕에 여린 분홍빛이 은근하게 비치고 전체적으로는 연보라색을 띤다. 교치는 2개이고 오른쪽 껍질에는 상아모양으로 돌출된 이빨이 있다. 껍질의 폭은 각정이 있는 부위에서 가장 크고, 가장자리는 성장맥을 따라 갈색의 두꺼운 각피로 덮여있다. 껍질 길이 7cm 크기의 전중량은 60g내외로 그 중 껍질중량이 12.6g, 육중량이 47.4g으로 내장을 포함한 먹을 수 있는 가식부의 비율이 79%이며, 국내에 서식하는 패류 중 최대의 수율로 버릴 것이 별로 없는 경제성 패류다.
돼지가리맛은 몸체가 크고 둔하지만 도끼 발이 잘 발달되어 있어 순식간에 저질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서식수온은 3~26℃ 내외, 서식염분은 25~33‰ 내외로 염분이 비교적 낮은 곳에서도 서식한다. 먹이는 식물플랑크톤과 물 속 또는 모래펄 속에 있는 유기물의 파편을 먹기 때문에 유기물이 적은 순수한 모래에서 사는 다른 ‘맛’들에 비해서 맛이 좋다.
돼지가리맛은 모래펄 위로 드러난 수관부(눈)를 보고 잡는다. 모래펄 위로 올라오는 수관부는 1개만 1~2cm정도 노출되고 1개는 모래구멍만 보이는데 모래 위로 드러난 것은 입수공보다 1.5cm 정도 더 긴 출수공이다.
돼지가리맛은 껍질과 육질부를 포함하여 전체 길이가 20cm에 이르고 껍질부분이 묻혀있는 깊이가 10~15cm로 깊기 때문에 손으로 잡기가 쉽지 않으며 잡을 때 수관부가 대부분 떨어져 나간다.
모래펄 위로 수관부가 올라오지 않을 때에 모래를 밟아주면 모래에 구멍이 생기고 물이 올라오면서 둥글게 생긴 맛구멍이 생긴다. 이때에는 맛쏘시개라 부르는 갈쿠리(길이 50cm로 맨 끝 쪽에 가는 낚시 바늘처럼 2cm 정도 날카롭게 휘어진 기구)를 맛구멍에 넣어 연체부 쪽이 갈쿠리에 걸리게 하여 잡는데 이렇게 잡힌 것들은 살 속의 상처로 모래가 들어가 찌걱거린다. 쇠스랑으로는 한번에 파야 잡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쏜살같이 구멍으로 들어가 버린다. 쇠스랑으로 잡힌 것은 찌걱거리지는 않지만 꺼낼 때 수관부가 잘 떨어지며, 힘센 청년들이 삽으로 꺼내는 것이 껍질과 수관부가 온전하여 상품가치가 높다.
돼지가리맛의 가격은 충남 서천에서는 1kg당 3천원 내외지만 시중에서는 6~7천원으로 비싼 값에 팔리는데, 날것으로는 잘 먹지 않으며, 된장찌개나 양념볶음, 해물탕, 찜, 불고기식 구이 등으로 요리한다.
지금까지 모든 종류의 ‘맛’조개는 양식되지 않고 모두 자연산 생산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새롭고 특별한 것을 선호하는 국민 식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양식되지 않는 비경제성 품종이라도 상품화가 가능한 것들은 인공종묘생산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경제적 측면에서도 지역특산품에 의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발가리맛조개 과(Family Solecurtidae)에 속하는 ‘돼지가리맛’《학명 : Solecurtus divaricatus (Lischke)》은 앞쪽으로 심하게 삐져 나온 육질의 생김새가 원숭이 궁둥이를 닮았는데 살이 몹시 통통하여 ‘돼지’이름을 붙인 것 같다. 또한 입수공과 출수공의 2개의 수관부가 ‘발’같이 따로따로 갈라져 있어 ‘발가리맛조개 과’로 분리한 것 같다.
이 조개는 충남 서천에서는 ‘홍맛’이라 부르고 다른 지방에서는 갈맛조개, 갈맛, 참맛 등으로 부른다. 영어로는 Divaricata solecurtus라 하고 일본에서는 キヌタアゲマキ(ginutaagemaki)라 부른다.
돼지가리맛은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미조, 거제도), 제주도에 서식하지만 주 서식처는 서해안의 충남 비인만과 태안, 새만금 연안이다. 국외에서는 일본과 대만에 서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