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
수박 향 머금은 수중군자(水中君子) |
맑고 깨끗한 1급수에 살며 은은한 수박 향이 나는 은어는 ‘수중군자(水中君子)’또는 ‘청류(淸流)의 귀공자’로 불린다.
중국에서는 ‘향기 나는 물고기’란 뜻의 샹위(香魚), 또는 유샹위(有香魚)라고 부르며, 영어권에서도 ‘스위트 피시(sweet fish)’또는 ‘스위트 스멜트(sweet smelt)’로 불린다.
이름난 먹거리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어물전에서도 행세 깨나 하는 생선은 임금님의 수랏상에 올랐다는 사실을 최고의 영예로 치는데 은어도 옛날 진상품 가운데 하나였다.
그 사실만으로도 은어의 맛은 이미 인정을 받은 셈이다.
버들잎 크기만큼 자란 언어를 ‘버들 은어’라고 하는데 이때가 횟감으로 최고인데 초고추장에 찍어 깻잎에 싸서 먹으면 입안 가득 수박 향이 일품이다.
은어는 내장 째 튀기거나 굽고 매운탕을 끓여 먹기 때문에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기도 하다.
은어의 내장과 간에는 몸에 좋은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 이는 은어가 오염되지 않은 하천의 규조류를 먹기 때문이다.
은어 낚시의 진수는 ‘놀림 낚시’인데 이는 은어의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은어는 봄철에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가을에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데 강을 거슬러 오르던 어린 은어는 6~7월경에 어른 물고기로 성장하면서 1㎡ 남짓한 자기 영역을 지키면서 다른 은어가 침입하면 텃세를 부리며 쫓아내 규조류를 독식하려는 습성을 나타낸다.
이러한 호전적인 텃세 부리기를 이용해 씨은어(은어 모양으로 만든 미끼)를 물 속에 넣으면 은어가 씨은어의 하복부를 공격하고 돌아서다 씨은어의 꼬리에 달린 바늘에 걸리게 된다.
은어는 맑고 깨끗한 1급수의 물이 빠르게 흐르는 하천에만 서식하며, 오염된 물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라서 어떤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빗대어 이르는 말로 ‘궂은 물에 은어 달아나듯 한다’는 말이 있다.
은어는 음력 8월경에 알을 낳기 위해 떼를 지어 강 하구로 내려가는 습성이 있는데, 이 시기에 논에 물을 충분히 대어 벼꽃이 떠내려 갈 정도가 되면 풍년이란 뜻으로 ‘은어가 나락 꽃 물고 가면 풍년 든다’는 말도 있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은구어(銀口魚)는 봄에 바다에서 하천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여름과 가을에 살이 찐다. 가을이 깊어지면 말라죽는다. 어떤 이는 이 물고기는 남쪽의 흐르는 물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말을 믿어야 할지 아직은 모르겠다”고 하였다.
서유구의 전어지와 난호어목지에는 “은구어(銀口魚)는 비늘이 잘고 등은 검으며 배는 회백색이다. 주둥이의 턱뼈가 은처럼 하얗기 때문에 은구어라 부른다. 비린내가 없어서 회를 쳐서 먹으면 오이와 같은 향을 맛볼 수 있고, 구워 먹어도 담백한 맛이 좋다. 소금에 절여 먼 곳으로 보낸다”고 기록하고 있다.
은어는 1년밖에 못사는 물고기인데 9~10월경에 산란하는데 산란과 방정이 끝나면 암수 모두 죽고 만다.
은어는 여름(6~8월)이 제철인데 지방이 증가하고 동시에 유리아미노산 중에서 단맛이 가장 강한 글리신과 프롤린 등이 증가해 1년 중 가장 좋은 맛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