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워도, 쪄도, 끓여도 감칠맛…제철 대하 | |||
같은 음식이어도 ‘더 맛있는 때’가 있다. 지금 서해안은 대하(왕새우)철. 5월 초, 양식장에 새끼로 뿌려진 새우는 약 120일 동안 자라 무게가 25g이 넘으면 대하가 되어 출하된다. 9월부터 11월 초까지 양식 대하가 쏟아져 나온다. 그중에서도 10월 초순부터 말까지 나오는 ‘대하’가 최고다. 자연산도 때가 같다. 봄바다에서 산란한 새우도 이맘 때쯤 토실토실 살이 오른다.
새우는 강이나 바다나 모든 물에서 살지만 특히 영양 성분이 많은 뻘밭 연안에 많이 산다. 그래서 갯벌이 긴 서해안은 대하의 최적 서식지. 서산과 태안, 홍성, 당진, 보령, 서천 등 서해안 양식장에는 마치 과수원의 원두막처럼 울긋불긋한 파라솔과 차양이 쳐지고 즉석 대하구이와 회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전국 최대 자연산 대하 집산지인 안면도 백사장항에는 ‘대하 축제’(9월24일~10월15일)가 한창이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대하의 작황이 좋고, 많이 잡힌다는 것이 태안군청 담당자의 말. 5일 현재 시세는 자연산의 경우 ㎏당 3만원, 양식의 경우 2만원선이다.
#대하의 효능
‘남자가 혼자 여행할 때는 새우를 먹지 말라’고 할 정도로 새우는 양기를 왕성하게 해 주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새우 껍데기에 들어있는 키틴(키토산)은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 뿐만 아니라 새우는 칼슘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골다공증이나 골연화증을 예방해 준다. 새우 속살에 들어있는 타우린은 간의 해독작용을 도와준다. 새우 안주로 술을 마실 경우 잘 취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본초강목에 의하면 대하는 용하(바닷가재) 등과 더불어 신양허쇠(腎陽虛衰·신장이 매우 허약한 상태)를 치료해서 신장을 강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소개하고 있다.
#귤까기보다 쉬운 새우 요리
좋은 식재료는 최고의 음식을 만드는 시작이자 모든 것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철따라 나오는 제철 재료는 손맛을 타지 않고 원재료 그대로 먹는 것이 좋다. 갓 건져 올린 대하를 즉석에서 구워 먹는 맛은 원두막에서 햇사과를 베어먹는 것만큼이나 달고 싱싱하다.
프라이팬에다 왕소금을 두툼하게 깔고 그 위에 대하를 가지런히 올려놓는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대하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대하 소금구이’다. 불판이 뜨거워지면 소금은 돌멩이처럼 단단해진다. 담갈색의 대하가 노릇짱하게 구워지면 꺼내 먹는다. 머리 위쪽의 뾰족하고 딱딱한 것이 작은 더듬이인데 이것을 뒤로 젖히면 머리부분과 내장 부위가 헐겁게 떨어진다. 남은 몸통의 껍데기를 돌돌 풀듯 벗겨내면 살만 드러난다. 키토산과 타우린 성분이 많은 머리 부분은 따로 모아두었다가 바싹 구워 먹으면 고소하다.
오동통 살이 오른 가을 대하는 ‘회’로도 별미다. 고급 요리를 할 때는 껍데기를 벗기고 내장을 꺼내기도 하지만. 연한 소금물에 살살 흔들어 가볍게 씻은 다음, 초장에 찍어 그대로 먹기도 한다. 달고 고소한 바다의 맛이 입안 가득 찰랑거린다.
솥에 넣고 소금을 살짝 뿌려 찌기만 하면 되는 것이 ‘대하찜’이다. 대하가 빨갛게 익으면 솥뚜껑을 열어 김을 뺀다. 뜨거운 대하를 호호 불어가며 까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하탕’과 ‘국’. 고단백 새우살과 아욱 한움큼을 넣고 끓여낸 ‘새우아욱국’은 가을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새우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칼슘, 미네랄 등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지만 비타민이 거의 없는 산성 식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알칼리성 식품인 아욱과 함께 요리하면 환상적 궁합이다. 특히 계절이 바뀌면서 기력이 허해지기 쉬운 요즘에 ‘새우아욱국’의 구수하고 시원한 국물은 헛헛한 속을 채우고도 남는다. 이외에도 ‘대하튀김’, 대하에 치즈를 얹은 ‘대하도리아’ ‘대하케첩볶음’ ‘대하솔잎구이’ 등 대하를 이용한 요리들이 즐비하다.
대하 중에서도 ‘왕중왕 대하’는 있게 마련. 이왕이면 껍데기가 두껍고 윤기나는 것이 좋다. 수염이나 머리가 떨어진 것은 선도가 떨어진 것일 수도 있으므로 잘 살펴보고 골라야 한다.
〈도움말:충남 태안군청 해양수산과, 김재수 키우미한의원 공동원장, 요리연구가 우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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