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이야기/수산물과 생활이야기

재첩

제주해마외 함께 2006. 9. 13. 09:56
 

재첩 

간장(肝臟)의 묘약(妙藥)

   요즘은 거의 사라졌지만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주택가 골목마다 재첩국 장수의 목소리가 새벽공기를 가르고 울려 퍼졌다.

   그러면 전날 과음을 한 술꾼을 둔 가정에서는 어김없이 그릇을 들고 나가 재첩을 사다간 끓여서 속 풀이 음식으로 식탁에 올리곤 했다.

또 간이 좋지 않은 환자를 둔 집에서는 치료 목적으로 재첩을 장기간 먹이곤 했다.

재첩이 간장에 좋은 이유는 필수아미노산의 일종인 메티오닌이 간장의 활동을 도와주고 타우린이 담즙의 분비를 촉진시켜 해독작용을 활발하게 하며 비타민 B12가 간의 기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재첩의 비타민 B12는 철분을 섭취해도 치료가 어려운 악성빈혈에 효과가 있고 칼슘과 인의 구성비가 약 1대1로 돼 있어 칼슘의 흡수율이 높은 무기질의 보급원이다.

재첩은 또 황달치료에도 효과가 있는데 황달은 간장이나 담낭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발생하며 이런 콜레스테롤을 재첩의 비타민 B12와 코발트, 타우린 등이 담즙과 결합해 제거하기 때문이다.

한방의서에 재첩은 숙취를 해소하며 소갈(消渴), 수종(水腫), 도한(盜汗)에 좋다고 기록돼 있다.

소갈은 목이 마른 데도 땀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오줌이 나오지 않는 병이고, 수종은 수분이 소변으로 못 빠져나와 몸이 붓는 병이며, 도한은 잠자는 중에 나는 식은땀이다.

간단히 말하면 재첩은 간장의 활동을 도와주고 이뇨 작용을 원활하게 해주기 때문에 이런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이다.

재첩은 담백하면서도 진한 맛이 나는데 이는 재첩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글리코겐과 호박산 등의 유기산과 글리신, 글루탐산 등의 아미노산이 빚어내는 것이다.

재첩국에는 반드시 부추를 썰어 넣는데 이는 음식궁합과도 관계가 있다.

재첩은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하지만 비타민 A의 함량이 적다는 한가지 결함이 있다. 이를 보완해 주는 것이 부추다.

부추에는 비타민 A의 모체인 베타카로틴이 매우 많은데다 열에 견디는 성질이 강해 국을 끓여도 손실이 적다.

그래서 재첩과 부추는 음식궁합이 가장 잘 맞는 것이다.

재첩이라면 으레 하동 재첩을 떠올리는데 사실 1970년대 이전만 해도 재첩이 가장 유명한 곳은 부산이었다.

그러나 낙동강 하구의 환경 파괴로 인해 재첩이 사라지면서 섬진강에서 나는 하동 재첩에게 그 유명세를 넘겨주었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 광양의 진월, 옥곡, 진상면에서도 재첩을 많이 팔고 있고 광양시도 재첩을 지역 특산물로 지정해 주고 있지만 ‘광양재첩’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이는 예로부터 섬진강에서 재첩을 캔 광양 사람들이 강 건너 코앞에 있는 하동장에 재첩을 내다 팔아 온 때문에 하동이 섬진강에서 나는 재첩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재첩은 1년 내내 먹을 수 있지만 11~2월이 제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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