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삼(海蔘)
바다의 인삼(人蔘), 해저의 신선(神仙) |
서식은 조간대 수심 20m 사이의 내만 바닥이나 연안의 암초 및 자갈밭이다. 몸은 앞뒤로 길쭉한 편으로, 근육은 두꺼우며 속에 석회질의 작은 골편 들이 흩어져 있다. 몸의 앞 끝에는 입이 열리고 그 둘레에 다수의 촉수가 있으며 뒤끝에는 항문이 있다.
배 쪽에 관족(管足)이라는 것이 많이 있어, 이것으로 해저를 기어다니며, 호흡수(呼吸樹)라는 특이한 호흡 기관이 있어서, 이것을 가지고 호흡을 한다. 현생 종은 세계에 약 1천5백 여종이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는 4과 14종이 알려져 있다.
해삼이란 이름은 그 효능이 인삼에 필적한다고 하여 ‘바다의 인삼’이란 뜻이며, 영어권에서는 ‘바다의 오이(sea cucumber)’라고 부르는데 길쭉하고 울퉁불퉁하게 생긴 독특한 모양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일본에서는 해삼이 야행성(夜行性)으로 쥐와 닮았다 해서 바다 쥐란 뜻의 해서(海鼠, ナマコ)라는 이름이 붙었고, 학명은 Stichopus japonicus 이다.
자산어보에는 ‘해삼(海蔘); 큰놈은 두자 정도이고, 몸의 크기가 누런 오이와 같고, 전신에 작은 젖꼭지가 널려있다. 또한 누런 오이와 같이 양 머리는 모가 약간 죽었고, 한 쪽 머리에 입이 있고, 다른 한 쪽 머리에 항문이 있다. 뱃속에는 어떤 물체가 있는데 그 모양이 밤송이 같다. 창자는 닭의 것과 같
고 가죽은 매우 연하여 잡아들어 올리면 끊어진다. 배 밑에는 많은 발이 있어 걸을 수 있으나 헤엄칠 수 없고 그 행동이 매우 둔하다. 빛이 새까맣고 살은 푸르다. 생각컨데 우리나라의 바다는 모두 해삼을 생산하며, 잡아서 말려 사방으로 가져다 판다. 해삼은 전복, 홍합과 함께 삼화(三貨)라 한다. 그런데 지금의 본초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고 자세하게 기록하였다.
전어지의 해삼조에는 ‘해삼은 성이 온하고 몸을 보비 하는 바 그 효력이 인삼에 맞먹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생겼다. 문선(文選)의 토육(土肉), 식경(食經)의 해서(海鼠), 오잡조(五雜組)의 해남자(海南子), 영파부지의 사손(沙噀)은 모두 이 해삼이다’고 소개하였다.
해삼은 수온이 17℃이하, 특히 8~10℃가 식욕이 가장 왕성하고 운동이 활발한 시기이다. 17℃ 이상이 되면 먹는 것을 중지하고, 25℃ 이상이 되면 하면(夏眠)이라는 여름잠(summer sleeping)을 잔다.
그래서 해삼의 실질적인 성장기는 해역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12월에서 다음해 4월까지로서 가을부터 맛이 좋아지기 시작하여 동지(冬至) 전후가 가장 맛이 좋은 시기로 알려져 있다.
해삼은 재생력이 아주 강하다. 적의 피습을 받거나 강한 자극을 주면 창자를 버리거나(內臟吐出) 몸을 스스로 끊어 버리기도 하는데 재생력이 아주 강해서 수개월 정도면 파손된 곳이 다시 재생된다. 이 창자로 만든 젓갈은 별미이다.
해삼은 단백질(말린 해삼 100g당 77.6g), 칼슘(말린 해삼 100g당 1천3백84㎎), 철분(말린 해삼 100g당 53.0㎎) 등이 풍부하여 치아와 뼈의 형성기에 있는 어린이가 먹으면 발육이 촉진된다.
해삼은 남자들에게 정력을 강화시키고 정기를 길러 주며, 여자들에겐 임신 중 몸을 보(補)하는 좋은 식품이다. 그래서 선천적으로 몸이 허약한 여자나 태반이 약한 임산부에게 인삼 대신 해삼을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진액(津液)을 돋우는 효능이 인삼에 필적한다.
진액이란 최고의 영양 물질로서 피를 위시한 각종 체액, 호르몬 등을 일컫는다. 그러므로 해삼은 야윈 사람이라면 누구나 먹어서 좋거니와 특히 당뇨병이나 천식에는 여느 약제 이상의 효능을 낸다.
또한 해삼의 연골에는 콘트로이틴이 들어 있어 내장을 보호하고 술독을 중화시키며, 피부 노화를 예방하기 때문에 수산식품 중 최고의 강장제로 꼽히고 있다.
해삼의 효능 중 약용에 관한 내용 중 무좀과 관련해서 보면, 먼저 본초강목(本草綱目)에 ‘해삼의 건조 분말을 화농의 상처 표면에 도포하면 그 표면을 청정화 하여 치유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본조식람에는 ‘머리에 생긴 백독(白禿, 머리에 나는 부스럼의 일종)에는 살아있는 해삼의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두꺼운 종이와 같이 납작하게 만들어 환부에 붙이면 치유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해삼에서 곰팡이균을 죽일 수 있는 물질이 발견되었다. 이 물질이 바로 홀로톡신(holotoxin)이다. 홀로톡신은 사포닌체이며, 홀로톡신 A, B 및 C의 세 성분으로 이루어진 혼합물로서 식물성 병원균을 포함하며 각종 곰팡이류, 효모에 강한 항균력을 갖고 있으며 칸디다 균에 의한 손가락 사이의 습진에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