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마외 함께 2006. 9. 7. 23:28
 

뱀장어    

뛰어난 자양․강장식품

 

흔히 ‘민물장어’로 불리는 뱀장어는 장어류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와 민물을 오가며 생활한다.

뱀장어는 몸 빛깔이 보통 푸른색을 띤 담홍색이지만 아주 누런빛을 띠거나 검은 빛을 띠는 것도 있다.

몸 표면은 매끈매끈해 비늘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피부 아래에 타원형의 작은 비늘이 묻혀 있다.

보통 60㎝ 까지 자라며 연어와 정반대로 어릴 때 강으로 올라와 5~12년 간 생활하다가 산란기가 가까워지면 바다로 내려간다.

이 시기가 되면 수컷은 등 쪽이 붉은 구리색으로, 배 쪽은 붉은 빛이 도는 은백색으로 변하며 가슴지느러미 밑 부분이 황금색, 주둥이 끝이 검은 보라색으로 변하는 등 온 몸이 아름다운 ‘혼인색(婚姻色)’을 띤다.

혼인색이 나타나면 생식기관은 발달하는 반면 소화기관은 퇴화해 1년 가량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깊은 바다의 산란장으로 향한다.

우리나라에 사는 뱀장어는 서부 태평양의 오키나와(沖繩) 동쪽 깊은 바다에서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곳의 수심 4백~5백m 되는 곳에 암컷 1마리가 7백만~1천3백만 개의 알을 낳은 뒤 암수 모두 죽는다.

알은 10일만에 부화해 버들잎 모양의 납작한 유생이 돼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1년 간 부유생활을 하면서 북상, 우리나라 하구(河口)부근에 이르면 몸통이 둥근 실뱀장어로 변태를 한다.

실뱀장어는 3~5월에 강으로 올라가는데 동해안 쪽으로는 별로 가지 않고 주로 서해안 쪽 강으로 많이 간다.

뱀장어는 보신용으로 애용되는 자양․강장 식품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인데,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어 체력회복에 좋을 뿐 아니라 특히 뮤코프로테인이 약해진 위장의 점막을 보호하고 소화 흡수를 도와주기 때문에 여름철 식욕부진을 해소시켜 주고 일사병 방지에도 좋다.

뱀장어에는 비타민 A(3천5백IU)가 풍부하며 특히 간장과 내장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이 들어 있다.

뱀장어의 비타민 A는 요즘 주름 방지용 고급 화장품의 주원료로 쓰이는 ‘레티놀’이라 불리는데 채소에 함유된 카로틴과 달리 전부 흡수돼 소화기, 호흡기, 눈의 점막, 위장병, 감기예방, 야맹증 등에 효과적이다.

또 뱀장어의 지질(脂質)에는 몸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레시틴(lecithin)이 함유돼 있는데 뇌 세포 구성에 없어서는 안 되는 영양소여서 학습능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뱀장어에 풍부하게 함유된 비타민 E(4.3㎎)는 몸 속에서 불포화지방산의 산화작용을 억제하고 혈관에 활력을 줘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을 예방하고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우수한 영양 식품인 탓에 뱀장어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보신 식품으로 오래 전부터 먹어왔다.

1천2백여 년 전에 쓰여진 일본의 고전인 만요슈(萬葉集)에는 ‘여름철 더위로 몸이 마르는데 장어가 좋다’는 기록이 있고, 독일인들이 여름에 즐겨먹은 별식인 ‘아르습페’는 바로 장어국이며, 프랑스에서도 샌드위치의 속으로 선호되는 장어 통조림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또 덴마크의 명물로 장어 샌드위치가 있고, 냉동한 장어젤리는 영국의 노동자들이 즐겨먹는 스태미나 음식이다.

다만 꼬리를 잡히지 않는 도둑이나 흑막이 많은 냄새나는 정치가를 장어(eel)라 부르는 미국에서는 먹지 않는다.

뱀장어를 일본에서는 우나기(鰻, ウナき), 중국에서는 만리(鰻驪) 또는 바이산(白鱔)이라고 부른다.

흰살 어류로서 맛이 좋은 뱀장어는 생선회(膾)로는 조리해 먹지 않은데 그 이유는 뱀장어의 피에는 ‘이크티오톡신’이라는 독소가 있는데 이를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독소는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가면 구역질이나 중독 증상을 일으키며 눈에 들어가면 결막염을, 상처에 묻으면 피부가 약한 사람은 염증을 일으킨다.

하지만 열을 가하면 독성이 없어지기 때문에 뱀장어는 구이나 국 등으로 조리해 먹는 것이다.

뱀장어는 여름에서 초가을까지가 제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