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이야기/수산물과 생활이야기

[수산물과 생활이야기] 해삼

제주해마외 함께 2005. 8. 25. 21:14
횟집에서 멍게와 함께 무료 안주로 자주 나오는 해삼(海蔘)은 사실 어류가 아니라 껍질에
 가시 같은 것이 돋아나 불가사리,성게 등과 같은 극피동물(棘皮動物)로 분류된다.
 
 해삼(사진)은 우리나라에서는 그 효능이 육상의 인삼에 필적한다고 하여 '바다의 인삼'로
 불려지지만 영어권에서는 길쭉하고 울퉁불퉁하게 생긴 모양이 오이와 흡사해 '바다오이
 (Sea cucumber)',한자 문화권에서는 밤에 주로 활동하는 성질이 쥐를 닮았다고 하여 '해서
 (海鼠;바닷쥐)'로 불린다.
 
 먹이나 서식처에 따라 색깔별로 홍해삼,흑해삼,청해삼 등으로 구분되는 해삼은 육질에 특유
 의 향이 있다. 해삼을 먹으면 처음에는 아주 단단하지만 몇 번 씹다보면 부드러운 육질과
 함께 짭짤한 바다를 먹는 듯 은근한 향내가 일품이다.
 
 이러한 해삼은 19도 이하에서 성장이 가장 왕성하고 24도 이상이 되면 활동을 멈추고 '여름
 잠'을 잔다. 따라서 해삼은 보통 12월에서 다음해 4월까지가 제철로 동지(冬至) 전후가 가
 장 맛이 좋은 시기이다.
 
 해삼은 또한 강한 재생력으로 유명한데 적의 피습을 받거나 강한 자극을 주면 창자를 버리
 거나 몸 자체도 스스로 끊어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수개월 정도가 지나면 몸은 다시 원래
 대로 재생된다.
 
 이로 인해 해삼은 남자들에겐 정력 강화,여자들에게는 임신중 허약해진 몸을 보(補)하는 식
 품으로 알려져 있다.
 
 뛰어난 재생력과 맛으로 인해 사람에게 좋은 해삼은 그러나 시골의 볏짚과는 상극 관계이
 다. 옛날 시골 할아버지가 장터에서 임신부에 좋다는 해삼을 몇 마리 산 뒤 볏짚에 꽁꽁 묶
 어 들고 집에 와서 보니 해삼은 사라지고 볏짚만 남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올 정도이다.
 
 과학적으로는 볏짚에 있는 고초균(枯草菌)이라는 세균이 해삼에 침투해 발효하면서 해삼을
 녹게 만든다는 것이다. 민간에서는 해삼을 먹고 탈이 나면 짚을 달여 먹기도 하였다. 한편
 이 같은 원리는 항아리에 볏짚을 넣어 말린 홍어를 삭힐 때에도 응용된다.